포 토 자 리

길 / 김소월

진주영심 2010. 8. 14. 16:22


길
                                                                              - 김소월 -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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