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뉴시스】안현주 기자 = 단풍철을 맞아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을 찾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덩달아 행정 당국을 질타하는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지 5년이 다 돼가지만 지리산 탐방의 시작점인 화엄사와 천은사 측에서 여전히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통행세'를 징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앙·지방정부는 경내(境內)가 아닌 지방도를 막고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방치하면서도 해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문화재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2중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환경부와 전남도의 정보공개 답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10년간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화엄사'와 말사인 '천은사'에 지원한 문화재 관련 사업비는 115억4200만원(천은사 18억9100만원)에 이른다.
연도별 사업비는 2002년 10억2400만원(천은사 1억4300만원) ▲2003년 17억4900만원(3억2000만원) ▲2004년 2억(없음) ▲2005년 3억6000만원(3억) ▲2006년 6억5000만원(없음) ▲2007년 12억6000만원(2억6000만원) ▲2008년 14억2000만원(2억6800만원) ▲2009년 24억5000만원(1억3000만원) ▲2010년 12억(1억) ▲2011년 현재 12억2900만원(3억7000만원)으로 분석됐다.
국비가 60% 이상, 나머지가 도·군비로 이뤄진 사업비 대부분은 건물 신축과 전기·소방시설 정비, 유물 안전진단, 유물 보수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비 지원의 주체인 문화재청과 전남도·구례군은 지난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화엄사와 천은사 측이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입장료를 무단 징수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업비 지원액은 오히려 늘렸다.
화엄사의 갑작스런 관람료 인상(3500원/인당)과 지방도를 점거한 천은사의 관람료(1600원/인당) 징수 때문에 탐방객 민원이 끊이질 않은 상황에서도 연평균 사업비(11억5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12억~25억원의 예산을 매년 배정했다.
'문화재관람료'는 말 그대로 문화재를 관람할 때 지불하는 금액일 뿐만아니라 그 돈은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쓰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행정 당국은 강력한 종교 권력 앞에서 5년째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 입장료를 징수하던 지난 2001~2006년 화엄사와 천은사 구간의 입장료는 적게는 10억4600만원에서 많게는 13억4800만원에 이른다.
화엄사와 천은사 측이 관람료를 빙자해 사찰을 관람하지 않는 탐방객에게도 해마다 수십억에 이르는 입장료를 걷어들이고 있지만 하물며 문화재청은 무단으로 징수한 입장료의 규모와 사용처도 모르는 상황이다.
두 사찰이 국립공원 매표소를 활용해 입장료 징수와 같은 방법으로 관람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행정 기관의 지속적인 매표소 이전 요청이나 예산 집행내역 공개 요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입장료 폐지 이후 9차례에 걸쳐 국무총리실과 문화재청, 국민권익위원회, 조계원 총무원에 입장료의 부당성과 매표소 이설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정부와 조계종이 직접 나서야지 피라미(전남)가 나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정감사 위원들의 요구로 조계종 측에 문화재관람료 예산 집행내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을 뿐만 아니라 관람료 매표소 위치를 문화재청 허가로 만드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또한 불교계의 압박에 불발에 그쳤다"며 "현실적으로 문화재 유지·보수와 관련된 예산의 지원을 중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화엄사는 지난 9월에도 템플스테이 수련관을 신축하면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해 문화재청과 구례군으로부터 공사중지 명령과 고발을 당한 뒤에도 건립을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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