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형조실록 프로필 조은산 2020. 11. 10. 10:38 이웃본문 기타 기능 형조 참판의 발도(拔刀)는 날래고 가벼웠다. 부동시(不同視)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좌우를 동시에 훑어 파고드는 포착점을 명확히 했다. 표적의 빈 곳을 사선으로 빗겨 들어갈 때, 그는 앞발을 땅에 깊이 박았고 뒷발을 급히 끌어 뒷심을 조였다. 아래에서 위로 휘몰아치듯 걷어 올려 일시에 적의 상단을 베어냈고 반원을 그리며 돌아 나올 때, 그의 호패가 휘날려 아찔했다. 그가 정랑에 머무르던 봄, 왕이 왕을 폐했고 대신들은 낮게 엎드렸다. 겨우내 덮여 있던 눈이 녹아 사라졌고 관아의 돌담 아래, 대궐의 주춧돌 아래, 정체 모를 검붉은 꽃들이 피어나 관가에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누군가는 이미 있던 것들이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