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부터 선조들은 동악산 일출(動岳朝日)과 설산낙조(雪山落照)를 곡성팔경의 으뜸으로 쳤으며, 곡성의 10명산 중에서 동악산 다음으로 설산의 경승을 꼽았다. 그리고 설산에 드리운 구름(雪山歸雲)과 괘일산에 걸린 해의 모습을 옥과팔경으로 일컬었다.
아울러 풍수지리상 설산은 사자가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자앙천(獅子仰天), 또는 기러기 형국의 길지로 여겼다. 이 때문에 명당에 얽힌 설화가 많으며, 이를 증명이나 하듯 설산에서 수도암 하산길의 한 무덤 앞엔 ‘사자앙천혈, 자손들은 훼손치 말고 기도하라. 응답이 있을 것이다’라고 새긴 희한한 비문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리시설이 빈약한 옛적에는 큰 가뭄이 들 때마다 주민들이 그 명당에 쓴 무덤들을 파헤쳤다고 한다. 설산에 석성을 쌓았다는 유팽조 의병장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다. 그가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애석하게도 전사하자 그의 애마가 고향집으로 돌아와 죽자, 마을사람들이 옥과면 합강리에 말의 무덤(의마총)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그 뒤 1987년에는 주민들이 입면 송전리 들녘에 의마비를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유팽조 장군이 쌓았다는 설산고성은 성터의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아쉽다.또한 설산과 마주보고 있는 괘일산은 해가 산에 걸렸다는 뜻으로 옥과 사람들은 항상 이 산의 하얀 암릉 위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이 산의 암릉에 석양의 황혼이 붉게 물든 광경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이 때문에 설산과 괘일산은 옥과초등학생들의 소풍지로 각광을 받았다. 괘일산 주릉의 암봉에 서면 천길 바위벼랑이 까마득하여 시원하고 조망도 좋다. 설산도 동면이 낭떠러지라 성금샘 위의 암봉과 금샘 위의 암봉이 설산에서는 경관과 조망이 훌륭하다. 높이는 설산보다 낮지만 암릉의 아름다운 경관과 아기자기한 산행의 멋은 괘일산이 더 좋다. 괘일산의 암릉은 여러 개 암봉의 어려운 구간도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우회하는 편한 길이 있어 산행미가 쏠쏠하다. 암릉에는 넓은 바위가 많아 조망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한 구간은 설악산의 공룡릉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설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수도암 부근의 성금샘은 암벽 석굴에서 맑은 물이 개울물처럼 흘러나오고, 정상 서쪽에 자리한 금샘도 석굴에서 맑고 시원한 물이 솟아 나오고 있으나 먹을 수 없는 게 흠이다. 봄이면 설산의 하얀 암봉과 수도암 부근에 만발한 벚꽃이 어우러진 장관이 상춘객을 유혹한다.설산과 괘일산은 수도암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U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산행은 설산에서 시작해서 괘일산으로 돌아오거나 거꾸로 괘일산에 올라 설산으로 돌아오면 된다. 설산의 숲과 암봉, 두 샘, 그리고 괘일산의 길고 멋있는 암릉이 서로 다른 독특한 멋을 내며 산객을 유혹한다.
-
산행시간: 옥과미술관-설산-괘일산-연수원 (휴식포함 3시간30분~4시간)
-
정에약한남자 -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