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수있는 여유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진주영심 2021. 1. 23. 10:50

2003년 4월 9일, 이라크전의 막바지를 달리던 그 때,

미군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점령을 코 앞에 두고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전세계 안방으로 긴급 타전된다.

수도 내곽으로 진공한 미군이 장갑차를 이용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동상을 끌어내 철거하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쟁은 우습게도 3주만에 끝나게 됐고

그의 거대했던 동상은 결국 쓰러져 끌려 내려왔다. 사실,

시시한 종전선언 따위로 세상에 알려지기엔 그들의 승리가

너무나도 신속했고 또한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시각적 충격을 전달함으써 미국은 전세계를 향해

공표하게 된 것이다. 미군은 강했고 미국은 승리하였으며

사담 후세인은 결국 축출되었음을. 하다 못해 작전명도

'충격과 공포'였다. 꽤나 인상적인 장면 아닌가.

오금이 저릴 정도로.

그리고 2021년,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전전 대통령과 전 대통령 그리고

그와 관련된 수십 명의 전직 관료들을 연이어 교도소에

집어넣는데 성공한 현직 대통령이,

그의 대미를 장식할 어느 기업인의 수감과 더불어 위대한 촛불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정적의 상징물을 파괴하는 대국민적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얼마나 꼴보기 싫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 시절부터 지겹게 들어온 4대강이 나조차도 끔찍하니 말이다.

그런 그의 케케묵은 원한을 해소하기 위해, 사실 보 인근

주민들의 의견 따위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삶, 그들의 업, 그들의 물.

그중에 단 하나도 말이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쓰러진 동상을 밟고 올라가

춤을 추며 환호하던 그때의 이라크 시민들의 모습이.

그러나 해체된 보의 잔해 위로 기어올라 소리 지르며

환호하는 대깨문들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충격과 공포'같은 그럴 듯한 작전명은

없었는가? 그렇다면 내가 지어주겠다. '가뭄과 홍수' 어떤가.

 

아무튼 대통령님의 승리에 감히 경하 드린다. 다만,

한가지 건의하고 싶은 게 있을 뿐이다.

보 해체 전에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떠신지 말이다.

정치권에 줄 한번 대보려 연고지도 아닌 곳에

기웃거리는 '그쪽' 환경 단체 같은 것들 말고...

[출처]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글. 조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