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르지도 않는 사찰 입장료 내야하나.

들르지도 않는 사찰 입장료 내야 하나

내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지만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들은 문화재 관람료(입장료)를 계속 징수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찰들은 최근 내년 6월까지는 현재의 국립공원 입장료 매표소에서 1000~22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직접 징수하기로 하고 정부에 이를 건의,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사찰에 들르지 않고 탐방로만 이용하는 탐방객이나 등산객들은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승강이를 벌일 수밖에 없다.

국립공원 내 사찰 가운데 기존 매표소가 사찰 소유지가 아닌 곳에 위치한 경우에 특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찰은 지리산 연곡사ㆍ내장산 내장사ㆍ설악산 백담사ㆍ덕유산 백련사ㆍ치악산 구룡사 등 9곳에 이른다. 이 사찰들이 위치한 산은 하루에도 수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들이다. 이들은 대부분이 절 구경은 하지 않고 등산을 가는데 사찰 입장료를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조계종의 입장에서도 사찰 입장객과 등산객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사찰을 운영하고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는 것도 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사찰 구경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데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은 등산객들에게는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니다. 사찰들이 입장료를 받고 싶다면 내년 6월까지 갈 것 없이 기존의 국립공원 매표소 대신에 일주문 앞에 임시 매표소를 설치, 절을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만 받아야 할 것이다.

대한산악연맹 회원들은 "등산 동호인들에게 산 입구를 가로막아 '문화재 관람'이라는 상품을 끼워 파는 것은 강매 행위로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전국 유명 산을 돌며 사찰 관람료 폐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조계종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종단이 되려면 국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